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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번호 584
작성자 파공
작성일 2019-12-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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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생성과 소멸 - 담마코리아 후기


빠르게 걷는 사람이 있다. 천천히 걷는 사람이 있다. 천천히 걷는 사람보다 더 천천히 걷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모두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걷는다. 명상의 울타리 안에서 이리저리 이 길 저 길을 걷는다. 같은 방향일 때도 있고 다른 방향일 때도 있고 마주 보는 방향일 때도 있다.

빠르게 걷는 사람이 빠르게 걸어간 길을 천천히 걷는 사람이 천천히 걸어간다. 그리고 천천히 걷는 사람보다 더 천천히 걷는 사람이 천천히 걷는 사람과 똑같은 길을 걷는다. 빠르게 걷는 사람이 천천히 걷는 사람의 옆을 벌써 여러 번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건물 주변, 뜰이라고 하기에는 아주 넓은 곳에서 여러 사람이 그렇게 움직인다. 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손짓이나 눈짓을 교환하지도 않는다. 신체 접촉도 전혀 없다. 함께 있으면서 각자 홀로 존재한다. 고귀한 침묵이 열흘 동안 익는다. 그들은 그렇게 서로 몰라도 아는 사람, 알아도 모르는 사람이 된다.

걷다가 멈추어 한곳에 서서 상체를 좌우로 틀기도 하고 양손을 허리에 대고 하체를 돌리는 사람도 있다. 가만히 서서 가까운 산 또는 먼 산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 산을 본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보는 것일까. 나무를 보는 것일까? 돌과 흙의 무더기를 보는 것일까? 돌과 흙과 나무가 빚어내는 아우라를 보는 것일까?

산을 보았다. 그냥 산이 보였다. 산은 산이다. 천천히 걷는 사람보다 더 천천히 걷는 사람보다 조금 더 천천히 걸었다. 한 걸음 한 걸음 한 마음 한 마음 걸었다. 숨과 함께 걸었다. 담마코리아의 쉬는 시간이었다.

담마코리아는 전북 진안에 있는 위빠사나 명상 수련센터이다. 2019년 12월 18~29일 코스에 다녀왔다. 감각의 생성과 소멸을 알아차림으로써 얻게 되는 무상의 경험과 평정심, 갈애와 혐오의 극복, 그리고 평화로운 조화.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인연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누가 알겠는가. 깨달음이 오랜 친구처럼 옆으로 다가와 어깨를 툭툭 부딪치면서 나직하게 말을 걸어올지.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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